Star Talk2009. 8. 4. 06:38



가장 좋아하는 방식으로 자신을 소개해 주실래요?


매번 하는 문장인데, 어떤 사람으로 봐 주면 좋겠다. 
사람이 왜, 타이틀을 붙이잖아요. 저는 그런 거 없이 그 뭐죠, 싱어송 라이터이긴 한데…




이번 공연은 어땠나요?


공연을 할 때마다 왠지 레퍼토리를 바꿔야 할 것 같고, 따른 걸 더 준비해야 할 것 같아요. 공연하면 누가 좀 반겨 줬으면 좋겠는데 너무 조용해서 이게 오히려 부담이 되요. 숨죽이고 듣는 게 루시드 폴 공연하고 비슷해요. 처음에는 안 그랬는데 숨 죽여지고 적막한 거 같았어요.


그래서 저는 아뜰리에 같은 분위기가 편해요. 평상시에 얘기하는 분위기면 좋은데, 음악도 조용하고 이게 살얼음판 같잖아요. 저는 혼자고, 다 아르페지오잖아요. 스트로크도 별로 없고, 평소에 아르페지오가 대게 쉬운데 긴장하면 대게 막 손가락이 꼬여요. 술술 잘 풀리면 잘 풀리는데...(웃음)



스토커(s'TALK'kr)에 대한 소감은 어떠세요?


매체가 아니라 블로그여서 음악을 좋아한다고 생각 했고, 기자들이 하는 질문이랑 많이 다르고 어렵다? (웃음 )글쎄, 오늘이 다섯 번째 인터뷰인데 사실 뭐 음악 하게 된 동기, 앨범 소개 이런 건 매번 하는 거니깐…. 재밌게 얘기해야 할 것 같아요.

   



앨범 소개, 한 번만 더 부탁드려요. 


여러 가지 장르적 장치를 넣었어요. 들으면 포크적인 느낌이 나는데, 발렌타인 같은 것 생각하면서 만들었고 슈게이징 장르의 일환이에요. 특유의 기타 주법이 있어요. 반주가 물결치는 듯이 들려요. ‘눈덮인 밤’ 같은 경우에는 마일드 데이비스가 연주곡으로 많이 한 <Time to Time>이란 노래의 Tuck & Pati 버전을 합쳐서 만들었어요.

2003년에 피아노 반주가 빠지고 기타 반주를 쓰고 뒤에 보면 트럼펫이 나오는데 이런 식으로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만들진 곡이에요. 앨범을 얼핏 들으면 잘 모르는데 깊게 찾아서 들으면 재밌을 거 같아요. 얼핏 들으면 잘 들려요. 믹싱 단계에서 많이 죽여서 그런지.., 재즈기타 편곡도 하고 좋아하는 거 많이 넣었어요. 듣는 분한테 얼마나 어필이 될지는 잘 모르겠네요.

 


세션 작업과 앨범 작업은 어떤 차이가 있었나요?


세션 작업은 할 때 편해요. 내가 직접 고르지 않으니까. 혼자 하는 건 다 맘에 들 때도 있고 다 안 들 때도 있어서 힘들고 제가 다 골라야 하니까 어려워요. 피아노 외에는 제가 했으니까 직접 연주하고 직접 고르니까 부끄러운 일이지만 <작은 새>를 천오백번 부르니까 삼일이 걸렸고 한 곡을 작업하면 1G가 정도 나오는데 얘는 8G가 정도 나왔고 뭐를 골라야하나 이 곡이 첫 곡이라서 음역대도 높고 가성에다가 원래 목소리로 돌아와야 되고... 왜 그렇게 만들었는지 이해가 잘 안되지만 처음은 왠지 가장 어려운 걸 시작해야 될 거 같았어요.

고르는 게 너무 힘들어요. 좋은 게 없고 짜 맞춰서 만들긴 했는데 테이크 한다고 하는데 대가들은 아마 늘 한 방에 했을거에요. 그때도 보면 레코드 얼터네이티브 테이크 라면서 영화의 디렉터스 컷처럼 말에요.

   


이번 앨범 작업 시 에피소드는 없나요?


딱 마스터링 믹싱까지 끝난 게 100일이였어요. 100일이면 세달 남짓인데 그렇게 오래 걸린 건 아니에요. 저는 완전 엔지니어도 없이 혼자 작업했거든요. 어쿠스틱 기타 녹음하고 철수하셨어요. 노래도 혼자하고 다 혼자 했어요. 산에서 꼭 백일기도 하고 내려가는 기분 이였어요. 끝났을 때, 희한하게 날짜도 딱 100일 인것이 신기했고 혼자 있어서 그런지 별 에피소드는 없네요. 혼자 있으니까 전기세가 많이 나와서 작업하는 데만 딱 형광등도 아닌 백열등도 아닌 등 하나 켜놓아서 어두컴컴하고 노이즈가 이상한 소리가 들릴 때가 있었어요. 다른데서 날 소리가 없는데 노랫소리와 컴퓨터 잡음이랑 이렇게 섞여서 그런 소리가 막 들리면 깜작 놀랜 적이 있어요. 뭐 에피소드라고 할 건 없고요.



수줍게 웃으시는 준혁님


지금의 ‘해오’의 음악을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?


사실 과 친구들이랑 학교 다닐 때 친구들이랑 안 친한데, 할 얘기가 없었어요. 머릿속엔 음악 밖에 없고 신경숙 소설책이나 학교에서 읽고 있고, 저는 울산에 있었는데, 서울에 가야 음악을 할 것 같았어요. 이과였는데, 성적 맞춰서 그냥 간 거 밖에 없어요. 너무 후진 대학은 가기 싫고, 한 3.45? 로 졸업했어요. 그 친구가 홈페이지에 과 친구가 몇 명 찾아왔더라구요. 별로 친하던 애들도 아닌데, 울진에서 밸브를 돌리고 있다. 컨트롤 하는 일을 그렇게 표현하는 데, 그 친구가 글을 쓴 거에요. 넌 하고 싶은 거 하니까 좋아 보인다. 그러니까 기분이 대게 묘했어요.

첫번째 쇼케이스 때도 얘기했지만 저는 일반 사람들이 말하는 평범하게 살아가는 게 이제 힘들어요. 취업도 이젠 힘들고 학교 다닐 때는 몰랐는데 이제 완전하게 돌이킬 수 없고 그 친구를 보니까 와 닿았어요. 같이 음악 하다가 회사 다니는 친구들도 왔었어요. 그러다가 지금 그런 친구들 보면 그 친구들이 저를 부러워하는 면도 있지만 저도 부러워요. 그 나름의 또 고충이 있겠지만… 그래서 군대 가기 전에 락밴드에서 너바나 같은 거 부르고 그랬어요.

그래도 지금도 너바나 같은 거 부르면 대게 편해요. 음정도 맞추기 편하고, 제 음악하면 더 힘들고.. 그때는 그런 게 대게 좋았어요. 군대 끝나갈 때 즈음에 어떻게 해야 될지 고민을 많이 했어요. 열심히 공부를 할까 음악을 할까? 음악을 하려면 택도 없을 거 같았어요. 지금 가지고 있던 실력으로 24살 때, 이대로 나가서 만들어봤자 똑같고, 음악을 할 거면 뭔가 제대로 해야할 거 같고 아니면 그냥 공부를 열심히 하자.

그런데 제대를 하려고 보니까 음악을 취미로만 하자가 성이 안차서 해보고 망하는 거랑 다르니까 앨범 한 장도 없고 그러니까 음악을 배우려고 아카데미에 들어갔어요. 음악을 배우기 위해서 가니까 또 재즈를 해야 되나보다 동화되서 재즈가 너무 좋은 거에요. 그래서 전에 듣던 음악은 하나도 안 듣고 재즈만 들었어요. 마일드 데이비스가 너무 좋았고 기타로 재즈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춘천 마임축제 같은데서 공연하고 꽤 많이 활동했어요. 밴드 잔향을 만들었어

요. 학원 내에 합주실이 있는데 누가 자기노래를 밴드에서 막 하고 있는 데 그게 너무 좋았어요. 딱히 잘 하는 것도 아닌데 창작곡! 그 밴드가 2002년 2003년에 EP작업을 하고 있었어요. 그날 연습을 팽개치고 통유리 앞에서 계속 있었어요. 그때 기타치던 분이 음계나 이런 걸 벗어나서 자기 소리를 만들고 있었어요.

이펙터 소리 만져가면서, 그때 노래도 좋았지만 자기음악을 하고 내 음악에 어울리게 사운드를 만드는 그 모습을 보니까 기타 톤도 신경쓰지 않고 테크닉만 너무 신경을 썼었는데 마음이 확 내 음악을 해야겠다는 느낌이 들었고 난리가 났었죠. 녹음을 하니 작업을 들어가니 하고, 대게 열심히 하려고 하다가 당장은 사실 내 음악을 어떻게 해야할 지 그런 계획이 없다가 홍대로 나가서 돌아다니기 시작했어요. 인디씬도 다시 듣고, 아는 형 소개로

 일렉트로닉 시부야 스타일의 유행하는 그런 건데, 통닭을 막 먹으면서, 그때 올드 피쉬 얘기를 했었고 하나만 해야 된다는 그런 게 안 맞았어요. 나와서 데모 작업을 하고 이렇게 흘러왔죠.

   




롤리팝뮤직, 지금 하고 계시는 음악 스타일 좋아하세요?


너바나, 조동익씨 너무 좋아하고, 80년대 팝 분위기도 너무 좋아 하구요. 이번 앨범 같은 경우에는 혼자 할 수 있는 것들 중에 좋아하는 건 다 넣은 거 같아요. 사실 2집을 어떻게 해야 할 지 애매해요. 이런 사운드의 연장선상으로 갈까. 동방의 빛 이라고 기타의 강근식씨를 비롯해서 그분들이 만든 세션으로 이렇게 만든 사운드가 있는데 이장희 앨범이나 송창식 앨범이면 그 사운드가 나야 되는데 세션 팀 이였는데도 불구하고 스타일을 보여줘서 그런 사운드를 기반으로 해서 현대적인 걸 하길 바라는데 어려워요. 80년대 감성으로 찍는 건 가능한데, 질감까지 그렇게 하는 건 불가능 하니까. 심지어 저는 기타도 옛날 걸 쓰고 기타 이펙터도 옛날 거를 쓰는데 그 당시 느낌이 안 나요.

그 당시 스타일은 가능한데 질감은 힘들다고 결론이 났어요. 그래서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내고 싶어요. 빨리 2집을 내고 싶어요. 묵혀놓은 곡들도 많고. 어떻게 이걸 편곡하고 요리하느냐에 달려있는데, 지금보다 더 심플하고 kings of conveninence의 Versus 앨범을 들어보면 dj들이 리믹스한 그런 스타일로.. 곱슬머리 안경 낀 스타일로 가는 게 어떻겠냐는 이야기가 나왔는데 심플한 건 심플한데 복잡한 건 또 복잡해서 몇 곡은 단순하게 가도 규모 있게 해보고 싶어요. 자기가 자기 계획만 뚜렷하면 얼마든지 규모를 벌릴 수 있는 거 같아요. 참, 공연 때마다 물어 보는데, 샤에서는 너무 조용하시니까, 저도 반응이 있어야 다음 게 있고 그런데 (대답하고 싶은데 뭐라고 그럴까봐) 까페 공연은 왁자지껄하고 그래야 된다고 생각하는 데 조용하네요. 하하.

 


80년대에 대한 향수는 어디서 왔나요?


아버지가 최신 팝송 테이프를 사오셨는데, 50개, 500곡, 주옥같은 곡들이 들어 있었어요. 해적판 이였는데, 진짜 정품처럼. 그걸 들으니까 80년대 팝 음악의 특유의 그 말로 표현하는 못하는 그런 게 있는데 그런 게 뇌리에 박혀서 몽롱한 그런 어릴 적에 초등학교 1,2,3학년 때 애들하고 나가 놀아야 되는데, 집에서 1번, 2번, 3번 이렇게 늘어질 때까지 냉동실에 넣으면 줄어든다고 해서 습하니까, 별로 효과는 없었던 거 같은데 계속 듣고 그래서 그때가 좋아요.

한국 영화 80년대도 너무 좋아하고, 영화 속 색감이나 조명이라던가 말투도 재미있고, 이만희 감독도 좋아하고, 별들의 고향 나오다가, 곱창전골, 뭐 옛날 음악을 대게 많이 들었어요. 옛날 거를 좋아하게 되요. 요즘 유행하는 일렉트로닉, 항상 보면 복고적인 게 유행하고 그래요. 안 질리고 이상하게, 지금 10대신 분들이 20년쯤 지나서 향수가 생기겠죠. 저는 진짜 60년대 초반에 태어났으면 진짜 좋았을 거 같아요. 우드스탁에 다녀온 부모 밑에 태어나서 70 80년대를 보냈으면 진짜 행복했을 것 같은데, 진짜 부러워요.

 




‘해오’의 음악적 장르 정체성은 어디에 있나요? 


정체성은, 말을 좀 바꾸면 유지하고 싶은 어떤 것? 혼자서 할 수 있는 거면 다 해보고 싶어요. <작은 새>는 락이고, 지금으로서는 다양한 장르를 다루고 싶어요. 기타를 더 잘치고 싶고 피아노를 더 배우고 싶고 아직도 기타리스트의 욕심이 있어요. 김광석씨는 매일 매일 연습을 하신데요. 저는 가사를 쓰니까.. 멍도 때려야 하고 할 일 없이 길을 걷기도 해야 하고 영화도 봐야하고 가사 거리를 만들다 보면 정체성을 찾을 수 있겠죠?


 

마지막으로, ‘음악은 ~다’에 대해 짧게 한마디 부탁 드려요.


사실 평소에 고민을 하고 있진 않은데, 나의 음악적 사명은… 이런 걸 생각하고 하는 게 아니니까. 내가 음악을 어떤 식으로 행하는 지를 항상 생각해야 할 것 같아요. 스스로 생각할 때 좋은 음악이 가장 좋은 음악인 것 같습니다. 








작은 이야기, 그리고 당신 s'TALK'kr

인터뷰와 사진 : 고이고이 & 해멍 / 글과 편집 : 정유진



Posted by 고이고이